궁남지의 연꽃은 낮에 보는 것과 야간에 보는 것이 완전히 다른 가치 평가를 받는다. 낮의 관람은 어디까지나 식물학적 명확성에 기대어 있다. 꽃잎의 휘어짐, 잎의 크기,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까지 멀리서도 윤곽이 선명하게 잡혀서 관람 동선의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해가 지면 상황이 다르다. 인공 조명 아래서 연꽃은 형태를 가린 채 채도만 극대화하는 피사체로 전락한다.
야간 개장 시 보통 동선을 따라 설치된 조명의 각도가 문제다. 수면을 향해 수직으로 쏘는 빛이 연꽃의 밑바닥을 비춄는 구간이 종종 발생한다. 이 부분에서 꽃잎 투과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붉은색이 과하게 번져 보인다. 채현률이 떨어지는 조명 기구의 색온도 탓도 있다. 흰색 계열 연꽃이 분홍빛으로 탁하게 변질되는 현상은 채점 대상에서 감점 요소로 분류된다.
반면 보행로에서 일정 거두 줄어든 외곽 구간의 조명 배치는 상대적으로 건재하다. 직사광을 피하고 반사광만 활용해 꽃의 입체감을 남겨둔 곳이 있다. 윤곽선이 무너지지 않고 수면에 닿는 부분의 계조까지 표현된다. 색편향 현상 없이 원래 색상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는 구간. 이곳이 야간 관람의 가치 등급을 올리는 요인이다. 일괄적으로 밝히고 끝내는 단순 설계가 아니라 거리에 따른 광량 조절의 차이가 두었기 때문이다.
궁남지 연꽃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인공 조명 아래서 시각 과부하를 일으키는 과노출 구간을 걸러낼 줄 알아야 한다. 조명과 거리를 이격시킨 구역, 반사광만 수면에 퍼뜨려놓은 구역을 찾는 기준으로 보면 된다. 밤의 연꽃은 식물이 아니라 빛의 소재로 재구성되어 있어서, 어느 위치에서 평가를 내리는지에 따라 점수 편차가 극단적으로 갈린다.